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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모아 보자28

제가 하느님의 마음에 들자면 어떤 좋은 일을 해야 할까요? 제자가 물었다. “제가 하느님의 마음에 들자면 어떤 좋은 일을 해야 할까요?” 스승이 대답했다. “성서에서 말하기를, 아브라함은 접대를 잘했고 그래서 하느님이 그와 함께하셨다. 엘리야는 기도하기를 무척 좋아했고 그래서 하느님이 그와 함께하셨다. 그런가 하면 다윗은 나라를 다스렸고 그래서 하느님이 그와 함께하셨다. “저에게 맡겨진 일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다. 네 마음속 가장 깊숙이 묻혀 있는 성향을 찾아내어 거기에 따르거라.” —로버트 윅스의 《일상 안에서의 거룩함》 중에서 2021. 1. 9.
성고독 박두진 성고독 쫒겨서 벼랑에 홀로일 때, 뿌리던 눈물의 푸르름 떨리던 풀잎의 치위를 누가 알까. 땅바닥 맨발로 넌즛 돌아 수줍게 불러보는 만남의 가슴떨림 해갈의 물동이 눈길의 그 출렁임을 누가 알까. 천 명 삼천 명의 모여드는 시장끼 영혼의 그 기갈 소리 전신에 와 흐르는 어떻할까 어떻할까 빈 하늘 우러르는 홀로 그 때 쓸쓸함을 누가 알까 하고 싶은 말 너무 높은 하늘의 말 땅에서는 모르고 너무 낮춘 땅의 말도 땅의 사람 모르고 이만치에 홀로 앉아 땅에 쓰는 글씨 그 땅의 글씨 하늘의 말을 누가 알까 모닥불 저만치 제자는 배반하고 조롱의 독설 닭울음 멀어가고 군중은 더 소리치고 다만 침묵 흔들이는 안의 깊이를 누가 알까 못으로 고정시켜 몸 하나 매달기에는 너무 튼튼하지만 비틀거리며 어께에 메고 가기엔 너무 무거.. 2021. 1. 8.
평화를 주십시오 주님,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되, 세상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평화, 당신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내리시는 그 평화를 주십시오. 우리가 한없이 두려워하지 않고 감히 목숨을 걸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우리에게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우리가 언제 어떻게 ‘아니오’라고 말하고 언제 어떻게 ‘예’라고 말해야 하는지 알려 주십시오. 우리를 불러들여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주님은 세상을 이기셨습니다. 우리가 지금 잔치를 시작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에게 평화를 주시고 지금 일상생활의 아주 구체적인 순간순간에 평화의 일꾼이 되게 해 주십시오. 이 모든 것을 평화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청하나이다. 아멘. 헨리 나웬 신부의 『아담에서 이라크까지—평화에 이르는 길』 154-155.. 2021. 1. 7.
한 해를 시작하며 길잡이로 삼을 계명 로널드 롤하이저 신부님의 책 끝부분에 가서,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까지 긴 여정 동안 도움이 될 계명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새해 벽두에 보니까 또 새로워서 여기에다 옮겨 적어 본다. _감사하라. 내려 주신 선물을 흠잡지 말라! _하느님은 그렇게 어리숙한 분이 아니시다. 그분은 이 여정에서 필요한 모든 가능성을 받아들이실 것이다! _가능하면 앞으로 나아가라. 앞으로 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한 발만이라도 앞으로 내딛도록 해 보라! _기도하라. 하느님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_사랑하라. 어느 삶이 사랑을 위한 충분한 여지를 갖고 있다면 그 인생은 충분한 것이다! _당신 자신을 받아들여라. 당신이 부적당하다고 두려워하지 마라! _미라로 만들지 마라. 억지로 강요하지 말고 그냥 떠나보내라. _지나치게 심각한 자.. 2021. 1. 6.
눈온 날 읽는 시, '첫눈' 어제 늦은 시간에 눈 왔다고 하던데 올해는 아직 눈이 오는 걸 제대로 본 적이 없네요.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님의 《괜찮아》라는 시집에서 ‘첫눈’이라는 시예요. ...... 금세 차도도 인도도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온 길도 모두 새하얀 눈에 덮여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해 보고 싶은 마음까지 든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살아왔나 물어볼 여유조차 없었던 하루의 끝자락 내 마음에 내리는 위로! 연약한 나뭇가지에 얽힌 희미한 기억까지도 섬세하게 묘사하려고 순백의 가루가 내려 쌓인다. 저녁 무렵 세계는 검푸른 색으로 바뀌고 그때 모든 이가 따뜻한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그곳은 어릴 적 태어나 처음으로 눈이 온 날 아버지와 함께 온 힘을 다해 밤늦게까지 만들던 눈집 같은 곳! 차가운.. 2021. 1. 5.
성체성사는... 주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만남의 장은 우선 공동체적 만남의 장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성체의 뜻입니다. 성체성사는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공동체가 같이 주님을 만나는 만남의 장이며, 거기서 주님은 부활하신 후 막달레나 마리아에게 말씀하셨듯이 우리에게 말씀하십니다. “나를 만지지 마라. 너는 나를 붙잡을 수 없을 것이다. 나를 파악하고 붙잡으려면 보편성을 통해서, 교회의 신비를 통해서, 공동체적 현존을 통해서 해야 한다. 왜냐하면 네가 손으로 나를 붙잡으려고 하면 너는 나를 너 자신의 크기로 축소해 버릴 것이며, 나를 가지고 우상을 만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를 정말 포옹하고 싶으면 전 인류에게 열려진 내 마음 안에서 나를 포옹해야 한다. 너의 마음이 열리고 넓어져 나의 마음의 크기가 될 때, 그때 너는.. 2021. 1. 3.
성탄에 읽는 시 - 성탄 전야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님이라고, 이름 보면 알듯이 일본 신부님인데, 책을 몇 권 썼는데 좋은 작가이다. 뭔가 어렵게 이야기하지도 않고, 옆나라 일본 사람이라 그런지 감성이 맞는 것도 있고 그랬다. 책 중에 라는 시집이 있는데 예전에 무척 좋아했지. 성탄 전야에는 무슨 시를 읽을까 생각하다가, 이 시가 떠올라서 옮긴다. 평소라면 이 시간은 24일 오후 6시 20분이면 저녁을 먹고 성당을 향해 가기 시작해야 하는 시간인데, 올해는 다르니깐... 성탄 전야 -하레사쿠 마사히데 신부 성탄 전야에는 온화한 마음으로 지내고 싶다. 언제나 화만 내고 심술궂고 냉정했기에 오늘 밤만큼은 미소를 짓고 따뜻한 말을 하며 지내고 싶다. 성탄 전야에는 촛불을 밝히고 기도하고 싶다. 언제나 나의 일만 생각했다. 머무를 집이 없는.. 2020. 12. 24.
리코더 악보 - 마스카니의 아베 마리아 이야기에는,,, 뭐 꼭 글만 있는 것은 아니고 음악도 있다.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를 보러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에 처음 갔던 기억이 문득 난다. 약간 지루하게 보다가 무대 속 건물 옆 계단참과 광장에서 배우들이 우루루 모여 Cavalleria Rusticana의 간주곡을 부르던 광경이 아득하다. 가족이라고 부르면서 나이차를 넘어 친하고 지냈던 사람들과의 즐거웠던 시간 그런 것도... 무척 아름다워서 정신이 확 깼었지. 이건 거기 나온 유명한 간주곡을 고 고명욱 선생이 편곡한 리코더 악보인데 소프라노+알토 리코더에 오르간 반주가 있는 편곡이다. 굿뉴스 게시판에 NWC 악보로 있는 것을 피디에프로 옮겨 본다. 이제는 부르지 않는 호너 리코더를 친구 아들에게 줄까 생각하다가 리코더 악보집도 들추어.. 2020. 9. 14.
용서의 단계 중 ‘화’를 건강하게 극복하기 ‘용서’에도 단계가 있다고 해요. 용서는 5단계 과정을, 곧 부정, 화, 거래, 우울, 수용의 단계를 거치는데요. 그중에서 ‘화’의 단계에서 어떻게 하면 관계 안에서 건강하게 화를 이겨낼 수 있는지 소개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분노하는 나를 도울 수 있는 방법 (=분노하고 있는 다른 사람을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 ▪ 나를 고치거나 변화시키려 들지 말고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세요. ▪ 이해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 잘 듣고 말해 주세요. ▪ 내가 진정으로 화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도와주세요. ▪ 내가 전에도 지금처럼 느낀 적이 있는지, 그때는 무엇이 도움이 되었는지 내게 물어봐 주세요. ▪ 만일 내가 파.. 2020. 5. 30.